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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트캠프

코딩부트캠프 출신 신입 개발자가 말하는 개발자 부트캠프 현실

광주 인공지능사관학교, 코딩부트캠프 항해99를 거쳐 벌써 개발자로 일한 지 1년 반이 되어 간다. 시간 참 빠르네...

다행히 처음 들어간 회사와 잘 맞아 아직도 다니고 있고, 얼마 전부터는 기회가 닿아 사이드프로젝트로 앱 개발도 해 보고 있다.

 

내가 신입 개발자로 취업하면서 주변에 개발자 취업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공부할 땐 힘들다고 찡찡(?)댔는데, 막상 괜찮은 연봉을 받고 회사에 열심히 다니니 신기했나... 나 따라 영업직 때려치고 개발자 공부해서 지금 SI 쪽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다. 둘이 만나서 술 마시면 공부 개열심히 해서 힘들었던 얘기밖에 안 함(서로가 더 힘들었다며...). 근데 지금 생활에 둘 다 만족하니까 나오는 투정인 거겠지.

 

얼마 전에도 오랜만에 연락 온 대학 후배가 비전공자 개발자 취업에 대해 진지하게 묻길래, 진지하게 상담해 줬는데, 내가 처음에 개발자 공부를 고민할 때 했던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기도 했고,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은 보이는 방향도 있고 해서.. 이걸 정리해서 우연히 내 블로그를 방문하는 분들도 볼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남겨 보려고 한다.

 

현생이 바빠 이 티스토리에 신경을 아예 못 썼는데, 당분간은 댓글 달면 대댓도 남겨드릴게요.


코딩부트캠프 출신 개발자, 아직도 취업할 수 있나요?(여전히 신입 개발자에 대한 수요가 있는지)

내가 모든 회사의 채용 상황을 알지도 못할 뿐더러, 대변할 수 없다는 전제는 깔고 들으시라.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 그리고 나와 함께 공부했던 동료들에게 주워 들은 이야기, 다른 직무 팀원들의 이야기를 토대로 말해 보면 "아직도 신입 개발자를 뽑는 곳은 많다".

 

내가 취업한 이후로 스타트업계가 불황이다, 뭐다 얘기도 많고 실제로 회사가 망해서 다른 데로 이직한 동기들도 많은데, 여전히 갈 곳은 많더라.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는 네카라쿠배당토.. 그런 데는 한 번에 가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개발자만 그럴까? 모든 직군이 다 그러하지 않을까. 스타트업계가 불황이어도, 비즈니스를 잘 키워가고 있는 회사는 많고, 새로 생겨나는 회사도 많다. 좋은 집을 구할 땐 발품이 정답이듯이 좋은 회사를 구할 때에도 발품(구글링, 커피챗 등)이 답이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나 이후로 신입 분들 계속 뽑고 있고, 그중 부트캠프 출신 분들도 많다. 팀장님께서 1on1 때 해 주신 말이 기억에 남는데, 나처럼 부트캠프를 수료하고 개발자가 된 사람들한테는 '독기'가 있는 것 같다고, 앞으로도 계속 뽑을 생각이라고 하셨다. 호홍,, 코딩부트캠프 출신 사람들을 싸잡아서 '전공자보다 당연히 못해'는 정말 한 치 앞도 못 보고 하는 소리다. 갓 수료/졸업한 상태에선 CS 지식이 부족하니, 부트캠프 출신이 못해 보일 수 있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얼마나 더 공부를 꾸준히 했는지에 따라 실력이 갈린다. 전공자-전공자든, 비전공자-전공자든, 비전공자-비전공자든.

 

백엔드/프론트엔드 중에 어떤 게 연봉이 더 높아요?(백엔드/프론트엔드 선택 기준)

개발자로 커리어를 전향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기본적으로 웹 개발자를 준비하려고 하는데, 그럼 백엔드를 할지 프론트엔드를 전공할지 고민하게 된다. 앞으로 본인이 전공하게 될 일을 연봉으로만 따진다? 과연 개발자도 오래 할 수 있을지 걱정부터 된다. 본인의 성향에 맞는 걸 선택하라고 말하고 싶다.

 

나의 성향은 어떻게 아냐고? 나 같은 경우에는 빠르게 풀스택으로 웹 개발을 해 보고, 내가 어떨 때 재미있게 공부하는지 스스로 돌이켜 보고 선택했다. 항해99를 처음 시작하면 시작하기 전에 웹 개발을 해 보고, 시간 되는 사람끼리 뭉쳐서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라고 하는데 그게 엄청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나는 내가 코딩한 게 눈으로 보일 때 재미를 느꼈고, 코딩 전에 깊게 생각하는 것을 못 견뎌했다.(물론 지금은 아님) 그래서 프론트엔드를 선택했던 것 같은데, 프론트엔드라고 해서 연봉이 결코 백엔드보다 많이 낮지 않다. 그리고 연봉은,, 회사에서 보여지는 나의 업무 퍼포먼스나 평소 태도로 평가되어 측정되는 것이지 단순 내 직무만으로 정해지는 것은 아니기에 이렇게 말해 본다.

 

요즘 부트캠프 너무 많은데,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돼요? (코딩부트캠프 선택 기준)

어떤 부트캠프를 선택할지 결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풀타임으로 나의 몇 개월을 갈아 넣어서 미래를 준비하는 건데, 커리큘럼이든 사람이든 잘못된 만남이 시작되면,, 돌이킬 수도 없고 중도포기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선택이기 때문이다.(나는 그랬다) 내 이전 게시글을 보면 나도 엄청 고민하면서 선택했고, 그중 항해99를 선택했는데 이제는 선택의 폭이 훨씬 더 넓어져서 고민이 많을 거라 생각한다.

 

부트캠프를 시작하기 전에 나는 고려하지 않았었지만, 지금 신입 개발자의 기준에서 다시 고르라고 하면 다음과 같은 기준으로 부트캠프를 골랐을 것 같다.

 

1. 강사 이력

자신들의 부트캠프 수료생을 강사라고 앉혀 놓고 가르치는 부트캠프들도 있다고 들었다. 거기 출신 분들은 불만이 아주 아주 많더라... 강사는 크게 두 가지 부류로 나눌 수 있을 것 같은데, 1) 현직 시니어 개발자 2) 전문 강사 이 둘 다 장단점이 있다고 본다. 우선, 시니어 개발자는 현업에서 사용하는 기술 스택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현업의 이야기를 가까이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다만, 현직자이기 때문에 내가 공부하는 시간(낮 시간대)에 보기 힘들다는 게 단점이겠다. 두 번째로 전문 강사는 쭉 상주해 있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리고 강사를 오래한 사람일수록 잘 가르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이미 현직에서 떠났기 때문에 개발 트렌드는 빠르게 캐치하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이 둘을 골고루 섞은 부트캠프를 고려해 선택할 것 같다.

 

2. 커리큘럼

우후죽순으로 부트캠프가 생겨나면서 기존의 부트캠프들(코드스테이츠, 항해99, 위코드 등)의 커리큘럼을 그대로 따라한 카피캣들이 늘어나고 있는 걸 확인했다. 교육 업체가 남을 따라해서 커리큘럼을 만드는 게 말이 되나? 싶은데, 그런 기업들 .. 꽤 많더라. ^^ 코딩 공부를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사람들은 커리큘럼의 퀄리티를 판단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커리큘럼을 따지는 것은 매우 기본 중의 기본이다.

 

부트캠프의 특성상 짧은 기간(3-6개월) 동안 교육이 진행되는데, 그 기간 동안 여러 개의 언어를 가르친다? 우선 말도 안 된다. 하나만 파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그리고 이론만 가르친다? 그럼 나라면 혼자 생코나 노코 들을 것 같다. 돈 주고 코딩 공부할 거면 그 돈을 최소 100% 뽕 뽑을 수 있는 교육기관을 선택해야 한다. 나는 프로젝트 수, 사람들 퀄리티(후기)를 엄청 따졌다. 실제로 면접 볼 때에도 진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이 많았다.(기술적으로 어려움은 없었는지, 왜 그 기술스택을 이용해 프로젝트를 진행했는지 등)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은 어떻게 커리큘럼을 보죠? 라고 질문한다면,, 주변에 있는 개발자 친구에게 물어보거나,, 좀 오랫동안 부트캠프를 운영한(최소 2-3년)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꿀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3. 실전 프로젝트 여부

앞서 커리큘럼에서 말했듯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진행하고, 그에 대해 얼마나 피드백을 전문가에게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일 것 같다. 짧은 기간 동안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게 부트캠프인데, 내가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줄 수 있는 부트캠프를 선택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또 중요한 건 '얼마나 실무와 비슷한 환경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가'이다. 내가 항해99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생각한 가장 큰 이유는 '디자이너와 함께하는 실전 프로젝트'가 있었기 때문인데, 지금은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다른 부트캠프에서는 볼 수 없던 항해99만의 특장점이었다. 나와 함께했던 동기들도 디자이너와 갈등이 있었더라도 엄청 열심히 해서 그런지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떠들곤 한다. 

 

또, 시니어 개발자가 피드백을 주는 것도 그땐 몰랐는데 엄청 소중한 경험이다. 주변에 개발자가 많다 하더라도 몇 년 안 된 친구들이나 있지, 경력을 갖춘 시니어가 얼마나 되겠는가. 실전 프로젝트를 하던 당시에는 정말 학생으로서 생각할 수 있는 수준에서만 머물렀는데, 그때 실무에 계신 분께 피드백을 받으면서 머리가 띵-했었다. 지금은 너무 당연한 거지만,, 후후,,

 

내가 부트캠프를 하는 동안 주변에 얼마나 전문가가 상주하는지, 전문가가 얼마나 나에 대해 객관적으로 피드백을 주고 실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지, 강사 뿐만 아니라 운영 매니저의 관리는 얼마나 철저한지 등 다각도로 환경을 따질 필요가 있다. 그래야 부트캠프를 하는 나는 부트캠프 기간 동안 프로젝트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더 질문이 있었지만, 추려보면 이렇게 크게 세 가지(맞나?)가 있는 것 같다.

혹시 더 질문이 생각 나거나, 댓글로 질문들이 쌓이면 다시 추가로 써 보도록 하겠다.

 

아무리 개발자 시장이 레드오션이라도 해도, 여전히 우리 비전공자들에겐 블루오션(눈물)이므로, 고민하고 있다면 주변의 소리에 휘둘리지 말고 본인이 잘 선택해서 도전해 보면 좋겠다.

 

모두들 파이팅!!